盧 "유신 잔당"비난 자민련 "빨치산"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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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자적 개혁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가 부산에서 자민련을 '유신 잔당'으로 간접 지칭한 발언에 대해 자민련이 1일 盧후보를 '빨치산 잔당'이라고 반격, 양측의 감정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盧후보는 지난달 30일 부산개혁연대 창립 총회에서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총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87년 12월(대선)에 우리가 분열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김영삼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이 군사독재 세력과 손잡고, 김대중 대통령이 유신 잔당 세력과 손잡았겠느냐"라고 말했다.

盧후보는 이어 "얼추 그냥 두면 끝날텐데 우리가 지긋지긋해하던 그 시대를 풍미하던 사람들을 가서 모시고 와 다시 살려내는 정치를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라며 당내 통합 신당론자들을 비판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노무현씨가 김종필 총재를 유신 잔당으로 지칭한 것은 그 자신이 빨치산 잔당임을 자인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응수했다.

柳대변인은 "盧후보의 언행을 보고 우리는 처음부터 그가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간파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柳대변인은 또 "이 나라 최고의 정치지도자에 대한 패륜아적 언행"이라고 盧후보를 집중 성토했다.

한편 盧후보가 30일 "과거 일을 다 들추자면 우리 정치판의 절반을 다 헐어 밖으로 드러내고 다시 절반 이상을 새로 물갈이해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지난한 일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정치권 대거 물갈이를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자 盧후보 측은 "오히려 과감한 물갈이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고 개혁세력이 앞장서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일 뿐 뜻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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