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솜방망이'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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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김석수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전 장상(張裳)·장대환(張大煥)총리서리 때와 달리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추궁에 날카로운 맛이 없었다.

심규철(沈揆喆·한나라당)의원은 "청문회를 잘 통과하셔서 정말 멋진 역할을 해내는 총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학송(金鶴松·한나라당)의원은 "경남 출신이 총리 후보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영근(安泳根)의원은 "이회창 후보를 존경한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金총리서리는 "법률가로서 빈틈없다. 추종할 만한 이론을 많이 개발했다"고 답했다. 재차 安의원이 "정치가로선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金총리서리는 "정치도 잘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중 이례적으로 양당 간사합의로 金총리서리에게 자신의 재산문제를 추가 해명할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상대 당을 겨냥한 정략적인 발언도 있었다.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은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총리가 되면 법무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해 해임을 건의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배기운(裵奇雲)의원은 "후보자는 대법관 출신으로 두 아들을 뒀고 아들에 대한 병역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모당의 대선 후보와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金총리서리는 어눌하면서도 투박한 말투로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맞서지 않고 몸을 낮추는 자세로 일관했다.

난처한 질문에는 "좀더 연구해보겠다"는 답변으로 비켜갔다. 특히 재산문제에 대해선 "변호사 개업하고도 가구 한번 바꾼 일 없다.

17년 동안 가정부 한명 두지 않았다"며 청렴을 강조했다. 다만 가장 문제가 됐던 변호사 수입 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끝까지 "인정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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