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제거' 濠洲동생 실존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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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 의무부사관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테이프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씨 병역 문제 제기를 둘러싼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테이프가 조작됐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를 주도했으며, 金씨는 왜 검찰에 원본이라면서 복사본을 제출했는지 등이 미스터리다.

대검 과학수사과는 공정한 감정을 위해 민간 전문가 2명이 포함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에도 성문 분석을 의뢰해 놓고 있어 조만간 의혹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테이프 조작 의혹=검찰은 金씨가 제출한 녹취테이프의 조작 정황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테이프에서 정연씨의 병역 면제를 주선한 것으로 나오는 전 헌병대 준위 변재규씨를 2주 전 소환 조사했으며, 또 다른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팀은 ▶제3자 개입·주도▶金씨 주도▶1999년 녹음 내용의 위·변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제3자 개입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집중 제기하고 있는 대목이다. 장관 출신의 민주당 고위 당직자와 모 인터넷 신문 간부 등이 주도적으로 개입해 테이프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金씨에게서 현금 2천여만원을 받고 테이프 조작에 참여했다고 최근 한나라당에 제보한 금모씨도 중요 참고인이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金씨가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의 진술을 녹음했으나 1차 성문 분석 결과 판독 불능으로 나오자 2차 제출 테이프 일부를 위·변조 또는 편집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金씨는 "1차 성문분석 때 테이프가 조작·편집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다만 2차 테이프는 음질을 좋게 하기 위해 호주에 있는 동생에게 잡음을 제거하도록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동생은=호주에 산다는 金씨의 동생이 누구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그가 테이프의 음질 상태를 개선하는 작업을 담당했다고 金씨가 주장, 그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金씨의 하나뿐인 친동생은 대구에서 살고 있고, 사촌동생 역시 대구에 있다"면서 "호주에 있다는 인물이 친동생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호주에 있다는 사람이 가공인물이거나 동생이 아닌 제3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金씨는 "피를 나눈 형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가정사와 관련된 것이어서 밝히기 곤란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원본은 있나=金씨는 "2차로 제출한 테이프는 99년에 녹음한 복사원본을 2001년도 소니사(社) 테이프에 재복사한 것이며 복사원본은 내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복사원본을 두고 사본을 낼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그 배경을 캐고 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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