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노인의 날, 2050년엔 인구 20%가 '60세 이상' 된다는데… 일손 줄고 '모시는 비용' 늘어 문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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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에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수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전체 인구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버린 거예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왔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세계 인구의 고령화 실태와 문제점, 각국의 대책과 우리나라의 현황 등을 살펴보기로 해요.

1.고령인구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고 있는 거죠?

올해 유엔 인구국이 발간한 '고령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60세 이상 인구는 약 6억명으로 10명당 1명꼴입니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전세계 예상 인구 93억명 중 20억명이 60세 이상으로, 거의 5명에 1명꼴로 늘어날 전망이에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 인구가 어린이(15세 이하) 인구를 넘어서는 '인구의 대역전'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초고령화 현상도 급속히 진행돼 금세기 중반이면 1백세 이상 노인이 지금의 15배인 3백20만명에 달할 걸로 예상되고 있어요.

일찍이 고령화가 시작된 유럽의 경우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65세가 되는 2010년이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돼요. 현재 유럽연합(EU)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65세 이상 인구는 30년 후엔 25%, 50년 후엔 30%에 이를 전망입니다.

2.고령인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늘고 피임기술이 발달한 것도 한몫을 했지요. 맞벌이를 통해 수입은 늘리되 자녀 양육에 드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 개인의 윤택한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예요.

출산율 저하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어요. 한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가 인구를 현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대치 수준'인 2.1명 이하로 떨어진 실정이에요.

3.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데 있어요. 세금을 내고 연금 생활자의 생계를 지탱하는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거죠. 국가는 당장 고령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연금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라 살림에 필요한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는 거죠. 급증하는 연금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인구의 몫으로 떨어지게 돼요.

유엔은 1950년에 젊은이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50년엔 4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유럽의 경우 현재 이미 3.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데 50년 뒤엔 1.7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된다는군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국가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된거죠. 연금 보험료 부담액이 30년쯤 뒤 월급의 절반 이상이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걱정되시죠?

4.출산을 장려해 노동인구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까요?

아이를 낳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장려한다고 해서 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또 세계 전체로 보면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지구가 포화상태라고 볼 수도 있어요.

물론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어요. 심지어 '1자녀 낳기 운동'을 펼쳐온 중국마저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외아들의 경우는 두명까지 출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어요.

하지만 출산 장려정책의 성과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요. 핀란드와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육아와 여성의 사회활동을 양립시킬 수 있는 정책을 통해 다소나마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프랑스도 셋째 자녀부터는 육아수당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마련했고요.

문제는 독일과 이탈리아·일본·한국처럼 여성의 육아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나라들이에요. 아이가 어릴 때는 그래도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가 남아 있어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거든요.

결국 출산 장려는 장기적 대책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 유럽국가들은 아예 정년퇴직제를 폐지하거나 연금을 받는 연령을 최대한 늦추는 등 파격적인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어요. 아울러 개도국들로부터 노동인력을 수입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6.노동이민이 필요하다는 뜻이군요.

유엔은 노동이민을 일차적 해결책으로 보고 있어요. 힘들고 어려운 3D직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민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이고 있어요.

유럽이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0년간 7천5백만명의 이민을 추가로 수용해야 한다는 EU의 자체 조사결과도 나와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국가들은 '기왕이면 우수한 기술인력을 유치하자'며 분주히 새로운 이민정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놀라운 사실은, 유엔이 2000년 이민 수용이 필요한 국가 명단을 발표했는데, 영국·프랑스·미국·독일·이탈리아·일본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거예요.

7.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정책을 폈던 한국이 어느새 고령화 사회가 됐다는 말인가요?

우리나라는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가 지난해 1.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가 됐어요. 이는 미국(2.13명)은 물론 출산 장려금까지 지급하는 프랑스(1.89명)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 체코(1.14명)·이탈리아(1.25명)·스페인(1.22명)에 이어 넷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2000년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30년엔 3명이 1명을 책임지게 돼 우리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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