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ODA를 대외정책에 활용하고 있는 사례다. 일본은 세계 2위의 원조 대국다운 조직과 체계.노하우를 자랑한다. 1978년부터 3~4년마다 ODA 중기계획을 세우고 있고, 외무성 경제협력국의 7개 과(課)와 2개 실(室)이 ODA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ODA 규모는 일본의 4.3%(2003년 기준)에 불과하다. 유.무상 원조 등 전체 ODA의 철학.방향을 제시하는 지휘탑이나 청사진이 없다. 그러다 보니 ODA 예산은 뒷순위로 쉽게 밀린다. 최근 지진해일(쓰나미)이 강타한 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지원에서 보았듯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며 체면을 안 구기려 노력하는 정도다. 지난해 한국의 ODA 규모는 4억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총소득(GNI)의 0.06%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원조국 모임인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평균치(GNI의 0.25%)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무역 규모를 자랑한다. 수출입의 절반은 원조를 받는 개발도상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벌이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이번 쓰나미를 계기로 정부의 해외 원조 철학과 원칙을 담은 '해외원조기본법(가칭)'을 만들면 어떨까.
허귀식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