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현장서 탄두·실탄 10여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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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개구리 소년'들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유족과 경찰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족들은 타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반면 경찰은 저체온에 의한 사고사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양측의 의견 대립은 27일 오후 유골이 발굴된 부근에서 탄두와 실탄 10여발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의혹이 증폭되면서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사망에는 유족들의 주장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점이 많아 정확한 사인 규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탄환은 무엇인가=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탄두·실탄 10여발에 대해 감식을 해봐야 사인과의 관련성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산에서 놀던 아이들이 인근 군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사격장을 운영하던 육군 50사단은 "소년들이 집을 나간 날은 사격훈련이 없는 공휴일이었다"며 오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단 측은 시신들이 발견된 지점이 과녁을 크게 벗어난 데다 누군가가 과녁을 빗맞혔더라도 시신 발견 지점과의 사이에 해발 1백m 가량의 능선에 가로막혀 있어 탄환이 능선 뒤쪽까지 날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얼어 죽을 만한 날씨였나=경찰은 이들 소년이 섭씨 3도 정도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비까지 내리는 가운데 산길을 헤매다 탈진, 새벽녘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산을 자주 오르내리던 건강한 아이들로 내의와 두꺼운 점퍼까지 입었는데 체온저하로 숨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반박한다.

◇왜 옷이 소매끼리 묶여 있나=청색 운동복 상의가 뒤집어진 채 소매가 서로 묶여 있었고 그 속에서 두개골이 발견됐다. 또 유골이 없는 하의도 나왔다. 유족들은 타살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왜 수색 때 발견하지 못했나=경찰은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 곳이 물가라는 전제 아래 연못이 없는 현장 주변 수색을 소홀히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영규군의 아버지 김현도(56)씨는 "실종 다음날 경찰 헬기를 타고 와룡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종이 조각도 보이더라"며 당시 아이들이 죽어 있었다면 현장을 놓쳤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살해 후 버렸을 수도 있나=유족들은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살해된 뒤 이곳에 옮겨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이들이 평소 와룡산을 자주 올랐으며 유골 발견 현장에서 도로와 마을의 불이 훤히 보이는데도 너비가 1m도 안되는 조그만 웅덩이에 모여 밤을 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연사를 가장해 완전범죄를 노린 범인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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