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2004년 하반기 수익금 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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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성준 집행위원(左)이 지난달 30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아름다운 가게로부터 2004년 하반기 수익금을 전달받고 있다. 김춘식 기자

"무릎에 물이 차서 앉아 있기도 힘들었는데…이렇게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주시니 너무도 고맙습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장모(46)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다. 1996년 공사장에서 일하다 철제 빔에 깔리는 사고로 잃었다. 부인은 97년 보상금 7000여만원을 들고 가출했다. 졸지에 무의탁 장애인이 된 장씨는 2000년에 돈의동 쪽방촌으로 옮겨 혼자 살고 있다.

장씨는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로 매달 24만5000원을 받지만 이 중 21만원을 월세로 주고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의족을 짚고 거리에 나가 잡화 등을 팔아 번 돈으로 간신히 끼니를 잇던 장씨는 최근 병원에서 왼쪽 무릎에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하나 남은 왼쪽 다리도 못 쓰게 된다는 말도 함께 들었다.

장씨의 사연을 알게 된 오범석(34) 종로쪽방 살림소장은 이를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에 전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오 소장은 "장씨는 가게에서 80만원을 지원받아 무릎에서 물을 빼는 수술을 받게 됐다"며 "장씨처럼 자활 의지가 확실한 사람이 다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2004년 하반기 수익금 2억29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었다. 장씨 등 개인 227명과 서울 영등포에서 활동중인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 등 56개 단체에 시민들이 한푼두푼 내놓은 정성이 전해진 것이다. 노실사 조성준(36) 집행위원은 "노숙자들에게 자활의지를 독려하는 활동에 지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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