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전쟁 다시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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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외국계 회사가 잠식한 국내 위스키 시장을 되찾는 데 힘쓰겠습니다."

㈜두산 주류BG의 조승길 사장은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수퍼프리미엄(SP)급 위스키 '피어스클럽18'을 내놓고 위스키 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18년 동안 위스키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두산은 1998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스키 판매회사 오비씨그램의 지분(50%)을 1천2백75억원에 매각한 지 4년 만에 위스키 시장에 복귀한 것이다.

올해 1조5천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위스키 시장을 두고 외국계 회사와 국내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요 위스키업체가 외국계로 넘어갔지만 시장이 해마다 20∼4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자 국내 업체들이 다시 진출하거나 위스키 사업부문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딤플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하이스코트는 지난 3일 신제품 '랜슬럿' 12년산과 17년산을 출시한 뒤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는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하이스코트 관계자는 "올해 말 딤플의 판권이 소유주인 디아지오사의 한국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로 넘어갈 것에 대비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면서 "하이트맥주 영업망을 활용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위스키 시장은 오비씨그램·하이스코트·진로위스키 등 국내 업체가 3강을 이루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모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오비씨그램(현 디아지오코리아)은 98년 캐나다 시그램 본사에 매각됐으며 진로위스키(현 진로발렌타인스)는 99년 발렌타인 제조업체인 영국의 얼라이드 도멕에 지분의 70%가 넘어갔다.

지난 8월까지 진로발렌타인스는 임페리얼12와 발렌타인17의 선전에 힘입어 국내시장에서 34.5%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으며 디아지오코리아가 25.5%로 2위에 올랐다. 시바스 리갈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까지 포함하면 이들 외국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67%를 넘어선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하이스코트가 14.2%, 롯데칠성음료가 11.9%다.

하이트맥주 계열인 하이스코트의 신제품 출시에 이어 두산의 위스키 사업 재진출로 위스키 시장은 고가품을 내세운 외국계 세 회사(진로발렌타인스·디아지오코리아·페르노리카)와 저가 전략으로 나오는 국내 기업 세곳(하이스코트·롯데칠성·두산)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업체들은 외국 유명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파괴'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두산이 이번에 내놓은 피어스클럽18은 2만9천4백80원으로 윈저17과 가격이 똑같다. 5백㎖ 출고가 기준으로 진로발렌타인스의 '발렌타인17'은 6만6천9백90원, 롯데칠성 '스카치블루 스페셜'은 4만4천원이다.

두산의 조사장은 "후발업체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면서 "내년에 SP급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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