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세팅도 '설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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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식사 손님을 초대한 주부는 음식 메뉴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구입한 백자 접시에 담아낼까''생일 선물로 받은 은접시로 뽐내 볼까' 하면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에도 신경을 쓴다. 그릇을 결정하면 '어떤 모양으로 담아야 먹음직스러울까'도 따진다. 이어 센터피스·테이블 클로스·냅킨의 재료와 모양에 대한 아이디어도 짜내야 한다. 이런 걸 모두 합쳐서 테이블 데코레이션(Table Decoration)이라고 한다.

테이블 데코레이션은 과거엔 부(富)를 과시하던 상류층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요즘은 취미와 개성을 살리는 음식문화로 자리잡는 추세다. 그러나 나이프와 포크로 이뤄진 양식 문화권에서 생겨난 문화를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는 한식에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높은 상 위에서 접시로 펼쳐지는 테이블 문화가 주발과 대접이 중심이 된 우리식 밥상과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26, 27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리는 '2002 한·일 식탁 교류전'은 테이블 데코레이션의 문화적인 고충을 풀기 위한 한·일 전문가들의 노력을 담고 있다.

한국 측 25명과 일본 측 10명 등 모두 35명의 전문가가 설날·단오·칠석·추석 등 두 나라의 사계절을 담은 35가지 테이블 세팅을 출품해 전시한다.

특히 27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엔 한국과 일본의 테이블 세팅을 비교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 황규선 교수와 일본 테이블 코디네이션 협회 오치아이 나오코 이사가 강사다. 이에 앞서 26일(낮 12시)엔 한과(韓菓)와 경과자(京菓子)에 대한 심포지엄도 열린다. 발표자는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과 NHK 교토대학 주임강사 오오타 도오루다.

행사를 준비한 황규선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밥을 주식으로 한 전통적 식생활을 하면서 서양식 테이블 코디네이션을 접목시키는 과제를 공통으로 풀어 왔다"며 "이번 교류전은 테이블 데코레이션뿐 아니라 양국의 식문화를 비교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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