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총선개입' 증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이 24일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시사하는 두번째 문건을 공개했다.

元의원은 "처음 공개한 '지역 분석 작성시 참고자료'에 대해 국정원은 출처 불명이라고, 원장이던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은 사실 무근이라고 거짓말해 추가 증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 대해 국정원과 千의원 모두 "국정원 문건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진위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元의원은 문건이 국정원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99년 당시 국정원 2차장 휘하의 국내정치 라인에 있던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서 입수했다"고 출처까지 밝힐 정도다.

아울러 양식도 국정원 것이라는 게 元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문건의 활자와 양식이 당시 국정원에서 사용하던 것임을 여러 사람이 확인해 주고 있다"며 "국정원의 다른 문서와 대조하면 쉽게 확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元의원은 문건과 관련,"제목 뒤 '구두 SRI'라는 용어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특별수집 지시'를 뜻하는 국정원만의 용어로, 이 문건이 국정원에 의해 생산된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만일 元의원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동안 "국내정치에 일절 간여하지 않고 있다"는 국정원과 정부 측 주장은 크게 퇴색된다. 이는 정치공작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중요한 대선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계속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SRI는 우리 원뿐 아니라 군 등 다른 정보기관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라고 반박했다.

이어 "元의원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문건을 가지고 계속 국가정보기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元의원은 "국정원과 千의원이 아무리 부인해도 정치 개입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때를 보아 더 공개할 계획"이라고 추가 공세를 예고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