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이 돈버는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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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신세계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다.사무실 곳곳에 걸린 '윤리규범 액자'다.이 액자에는 열 가지의 윤리규범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또한 백화점과 이마트에는 50여개의 사내 사회봉사 모임이 구성돼 있다.

내가 윤리경영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간단한다.기업의 존립 목적은 이익을 내는 데 있으며 기업의 수익성은 바로 기업윤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하게 부정을 저지르지 말자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경영이든 비즈니스든 모든 단계가 투명하고 신뢰성이 확보되면 고객들의 믿음이 커지고 이는 곧바로 기업 수익성 극대화로 연결된다는 게 내 경영철학이다. 이같은 윤리경영을 실천한 뒤 우리 회사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매출은 윤리경영을 도입하기 전인 1998년보다 2백50% 증가했고 이익 규모는 무려 3천5백%나 증가했다.

70여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우리 회사도 이제 제2의 도약기를 준비하고 있다.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재개발해 1만6천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93년 처음 문을 연 이마트도 올해 50개가 넘는 점포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무리하게 확장하지는 않을 생각이다.외형 성장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외형 위주로 성장하던 국내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년대 중반 4년간 일본 도쿄(東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당시 일본 백화점들은 매출이 늘지 않는데도 매장을 계속 늘리다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그때 한국 시장도 수익을 따지지 않고 매출 위주로 성장을 중시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새로운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런 판단을 한 데는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에서 재무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나의 경험도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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