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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오' 우중구 사장… "우린 MP3 스타일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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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MP3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 우중구 사장(43)은 'MP3플레이어는 패션 상품', '우리 회사는 디자인 회사'라고 강조한다. 엠피오는 직원 130여명 중 10%가 디자이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회사답게 사무실도 경기도 성남의 코리아디자인센터 안에 있다.

우 사장은 디자인 관련 업체만 받아들이는 이 건물에 입주하기 위해 '엠피오는 디자인업체'라는 설명회를 세차례나 했다. 지난해 출시한 목걸이형 제품은 방송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패션 소품으로 차고 나와 인기를 끌었다.

엠피오는 사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8%, 유럽에서는 9%를 차지했다. 캐나다시장에선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엠피오 제품은 세계 5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엠피오는 벤처업체로서는 드물게 독자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약 850억원)의 90%를 해외에서 올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하다가 엠피오 브랜드를 보고는 '한국제품이었네'라며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우 사장은 설명했다.

엠피오는 사업 초기부터 국내보다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세계에서 이름나면 국내사업은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은 뜻대로 안됐다.

우 사장은 "2001년 미국 최대의 가전제품 양판점 '베스트바이'의 문을 두드렸지만 담당 바이어는 설립된지 3년밖에 안된 무명 업체를 상대하는 것을 꺼렸다. 하루는 13시간 동안 로비에서 버티기도 했다"고 말했다.

엠피오는 해외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이지만 미국,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4개국에 현지 판매법인이 있다. 현지법인마다 '스타일리스트'와 '마케터'를 둬 그 나라에 맞는 디자인과 판매 기법 등을 연구한다.

이런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이 자리를 잡아 우 사장은 2002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의 스타 25인'에 꼽혔다. 대표적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제품을 만드는 우사장은 대표적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인 조선 엔지니어 출신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설계했다.한때 요트제조사업을 하기도 했다. 엠피오는 지금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플래시메모리형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최근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하드디스크형 제품개발에 나선 것이다. "하드디스크형은 제품 크기가 큰 만큼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이 오히려 더 크지요. 디자인에 대한 고집은 끝까지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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