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電力 보낼 시설 한전 비공개로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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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전력이 북한에 전력을 지원할 것에 대비해 기존 송전선로와는 별개로 휴전선 인근 지역까지의 송전선로 신설공사를 끝냈으며, 휴전선 인근 변전소의 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북(對北) 전력지원 문제가 남북 경제협력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는 데다 군사용으로의 전용을 우려하는 미국과의 입장 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비공개로 사전작업을 추진해왔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산자부와 한전이 국회 산자위 소속 자민련 조희욱(曺喜旭)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99년 7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85억원을 투입, 경기도 파주시 금촌~문산 13.8㎞ 구간에 1백54㎸급 송전선로를 건설했다. 새로 건설된 송전선로는 서울 수색~문산의 기존 선로와는 별도의 것이다. 한전은 또 1백20여억원을 들여 문산의 구형 옥외 변전소를 최신형 옥내 변전소로 대체키로 하고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전의 2000년도 보고서에는 이들 사업의 목적이 "대북 전력협력을 추진하고 (북한 내) 남한 전용공단에 대한 전력공급 확보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산자부가 2000년 1월 마련한 장기 전력수급계획에도 휴전선 인근에 1백54㎸급 송전계통을 보강한다는 항목이 들어 있으며, 현대아산과 공동으로 개성공단 개발을 추진 중인 토지공사 측의 개발 기본계획에도 "문산에서 1백54㎸로 송전하고 개성지역 내에 변전소 1개를 설치해 각 수요처로 배전한다"는 전력 공급방법이 기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曺의원은 "이들 사업은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북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북 전력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회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비공개리에 추진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전 측은 "취약 설비를 개선하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94년부터 장기계획에 따라 실시한 사업"이라며 "지리적 여건 때문에 향후 남북간 전력계통 연결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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