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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委 "인혁당 사건 中情서 조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964년과 74년 대규모 간첩단 사건으로 발표됐던 1,2차 인민혁명당(인혁당)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74년 인혁당 관련자를 숨겨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숨진 장석구(당시 47세)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혁당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당시 중정이 반공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조작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규명위는 인혁당 사건조작의 증거로 당시 담당 검사와 중정 인사 등의 진술내용을 공개했다.

64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로, 관련자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냈던 한 인사는 규명위에서 "인혁당 사건으로 체포된 이들이 반국가단체를 결성했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결국 숙직 검사 한명이 중정에서 넘긴 의견서를 그대로 베껴 공소장을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또 74년 당시 군 검찰관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중정의 기록을 검토했지만 반국가행위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전직 중정 직원은 "74년 다른 중정 직원들이 인혁당 관련자들을 가혹하게 고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명위는 "당시 중정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비협조로 張씨의 사망에 중정이 직접 관여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혁당 사건관련 피해자 가족 10여명은 이날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된 만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청구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박정희 정권이 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한 재야인사 47명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국가 전복세력'으로 간주해 체포한 사건. 당시 13명에게만 반공법 위반혐의가 인정됐다. 정부는 유신반대 운동이 거세진 74년 다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발표, 1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 4명을 포함해 23명을 검거했다. 이중 도예종(都禮鍾)씨 등 8명은 사형선고 20여시간 만에 형이 집행돼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을 샀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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