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강일구·오영란 '4강 부부만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강일구(右).오영란 부부가 공을 머리에 대고 웃고 있다. [중앙포토]

"아내 얼굴 보고 싶어도 볼 짬이 없어요. 경기할 때 응원석에서 보는 게 고작이죠."

핸드볼 남자국가대표팀 골키퍼 출신 강일구(29.HC 코로사)의 하소연이다. 그의 아내는 아테네 올림픽 여자대표팀 수문장 오영란(33.효명건설). 대표팀과 소속팀 훈련이 이어지면서 결혼 4년차가 되도록 아이 만들 틈이 없었다는 이들 부부의 수훈 덕분에 소속팀인 코로사와 효명건설이 나란히 핸드볼 큰잔치 남녀부 4강에 올랐다.

7일 경북 안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잭필드배 핸드볼 큰잔치 2차 대회 남자 B조 2차전. 경희대(2패)를 31-20으로 꺾은 코로사(2승)는 이날 조선대(2패)를 35-29로 누른 두산(2승)과 함께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강 티켓을 잡았다. 여자 A조의 효명건설(2승)도 한국체대(1패)를 26-24로 꺾고, 3개팀이 속한 A조에서 1위를 확정했다.

사상 첫 큰잔치 우승을 노리는 코로사는 초반부터 점수 차를 벌렸다. 강일구는 7-2로 앞서던 전반 경희대의 주포 송인준(4골)의 슛을 네 차례나 연속으로 막아내 추격을 뿌리쳤다.

장대수(7골).이재우(6골)가 공격에서 맹활약, 종료 7분 전 28-18까지 달아나자 오세일 감독은 강일구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허리 상태가 염려돼서다.

강일구는 2003년 말 대표팀 연습게임 때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재활치료를 하느라 2003년 핸드볼 큰잔치를 벤치에서 지켜봤다. 2001, 2002년 준우승팀 코로사는 그의 공백을 실감하며 4강에도 들지 못했다.

오영란은 2003년 소속팀 광주시청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해 핸드볼큰잔치 정상에 오른 뒤라 좌절감이 더욱 컸다. 노르웨이로 건너가 1부 리그 베케라케츠에서 활약한 오영란은 올림픽 직후 효명건설이 창단되면서 국내로 복귀했다.

2002년 5월 네 살 차를 극복하고 웨딩마치를 울렸던 부부는 "올해는 꼭 동반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