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증권정보사이트 애널리스트도 델타정보 주가조작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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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지난달 23일 발생한 대우증권 계좌 도용 사건은 인수·합병(M&A)이 주가 조작에 악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 사건의 성격을 '주가 조작을 통한 공짜 M&A 기도 사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델타정보통신 주가 조작 과정에서 유명 사이버증권정보사이트인 P사의 애널리스트까지 가담했다고 밝혔다.

◇공짜 M&A 추진=주범 정모(37·구속)씨가 추진한 M&A 수법은 대주주에게 지분 매수 계약금을 지불한 뒤 작전으로 주가를 올려 주식 담보 가치를 높인 후 지분을 우선 넘겨받는다. 그 후 주식 담보 대출로 잔금을 정산하고 기업 인수 후에 회사 돈으로 담보 대출금을 변제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정씨는 7월 2일 주당 1천2백40원이던 델타정보통신의 대주주 지분 2백70만주를 70억원에 인수키로 가계약을 했다. 계약금 7억원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정모(37·구속)씨가 5억원을, 자신이 2억원을 대 조달했다.

이후 1차 주가 조작이 시작됐다. 그러나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대출해 주겠다던 조모(39·벤처기업 S사 대표·불구속)씨가 당초 금액의 절반만 대출, 자금 동원 계획에 차질을 빚었고 작전으로 인해 오르던 주가는 주춤했다. 결국 주범 정씨는 공짜 M&A를 포기했다.

◇2차 주가 조작과 계좌 도용=M&A와 주가 조작 둘 다 실패할 경우 작전 세력들에게서 보복당할 것을 우려한 정씨는 8월 중순 대우증권 영업부 직원 안모(33·구속)씨를 끌어들여 계좌 도용 범행을 기획했다. 이에 따라 작전 세력들은 2차 주가 조작에 들어가 일제히 매수에 나섰고 델타정보통신 주가는 8월 21일 5천3백30원까지 치솟았다. 8월 23일 오전 작전 세력들은 당초 약속대로 그동안 매집한 물량 4백만주의 매도 주문을 냈고 대우증권 직원 안씨는 곧바로 신촌의 한 PC방에서 현대투신운용 계좌를 도용해 5백만주 매수 주문을 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주가 조작 등에 개입한 혐의로 주범 정씨를 포함해 9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했다.

◇사이버 애널리스트 개입=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개입이다. 경찰은 이날 사이버증권정보사이트 애널리스트인 이모(33)씨를 시세 조종 혐의로 수배했다.

이씨는 8월 초 주범인 정씨에게서 3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사이트에 '델타정보통신이 M&A될 경우 카자흐스탄 등 해외 국방 관련 프로젝트를 따게 돼 있어 주가가 최소 2만원까지 오른다'는 매수 추천 보고서를 올렸고, 인터넷 동호회원 3백여명에게도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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