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진들 新黨당권 쟁탈전 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내 분란이 당 중진들의 신당당권 쟁탈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년8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권은 물론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만든 평민당-국민회의-민주당의 적통(嫡統)을 누가 승계하느냐는 문제가 걸려 있어 국면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6일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한 김상현(金相賢)고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金고문은 전날 동교동계와 韓대표가 신당에선 2선 후퇴하라고 요구했었다.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병풍(兵風)'공세에 대해서도 "도망가는 적에게 황금의 다리를 놓아주는 포용의 리더십이 아쉽다"며 韓대표의 당운영을 비판했었다.

당내에서는 "金고문이 신당 창당이라는 과도기적 틈새에서 당권에 대한 오랜 한(恨)을 풀어보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韓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우리를 비난해도 우리 책임이라고 했는데 그러려면 한나라당에 가지 왜 우리 당에 왔느냐"고 金고문에게 정면 맞대응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왜 金고문이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고도 했다. 金고문은 1987년 대선 직전 DJ곁을 떠나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에 입당, 88년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2000년 4·11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에서 낙마했다.

金고문은 이날 김영배(金令培)·김태식(金台植)·김옥두(金玉斗)의원 등 당중진들이 마련한 재·보선 당선 축하 오찬에 참석했지만 친노·반노가 섞여 있어 정치적 발언은 자제했다는 전언이다.

韓대표-金고문의 신경전 속에서 당내의 비노(非盧) 중도파에 속해 있는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6일 韓위원 사무실에는 최명헌(崔明憲)·장태완(張泰玩)의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韓위원 계보 의원들은 전날 회동을 갖고 "노무현 신당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우니 정몽준 신당이나 자민련 등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수임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0일 2차 중도파 모임,추석 직후에는 80명을 목표로 회동을 갖기로 했다. 대규모 세 규합과 과시에 나선 것이다.

韓위원은 최근 들어 부쩍 "당이 이런 상태로 가면 분열의 위기를 맞게 된다""나는 대선 40일 전에 이뤄진 DJP연합의 주역"이라는 두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韓위원이 당 단합과 '정몽준 신당'과의 막판 연대 중재 적임자임을 내세워 갈팡질팡하는 중도파를 규합해 신당의 차기대표로 추대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韓위원은 중도파 회동 직전인 9일 전체 계보의원 모임을 주재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반노(反盧)측 핵심인 송석찬(宋錫贊)의원이 6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노무현 후보 사퇴요구서'라는 4쪽짜리 문건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의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김옥두(金玉斗)의원이 宋의원을 회의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 제지하면서 사퇴 서명서 배포는 3분여의 촌극으로 끝났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