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민족화해 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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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남북통일 축구경기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서울에 도착했다.

선수단장인 이광근 북한축구협회 위원장 등 선수단 49명은 5일 오후 3시50분 고려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3박4일간의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북한선수단은 이광근 단장과 부단장인 김정만 북한축구협회 서기장, 이정만 감독을 비롯해 선수 21명과 지원단 14명, 기자 6명으로 구성됐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3시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따라 한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번 대회를 추진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인 박근혜 의원과 장 자크 그로하·지동하 이사장, 대한축구협회 오완건 부회장 등이 선수단을 맞았다. 감색상의에 회색바지 정장차림으로 게이트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은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북한 선수단에 대해 북한 여권이 아닌 방문증을 확인하는 간략한 수속으로 입국을 허가했다.

귀빈실에서 이단장과 만난 박근혜 의원은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12년이란 오랜 기간을 지나 여러분이 왔다. 오늘은 직항로로 와서 더욱 뜻깊다. (이번 경기를 통해)우리 민족이 마음을 열고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영인사를 했다.

이에 대해 이광근 단장은 "따듯하게 맞아준 데 대해 감사한다. 온겨레의 크나큰 관심과 축원 속에 진행될 이번 경기에서 통일염원과 민족의 화해·단합의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저녁 유럽-코리아재단이 마련한 환영만찬에 참석했으며, 7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 뒤 8일 오후 5시 서울을 떠난다.

인천공항=장혜수·문병주 기자

○…북한선수단은 도착과 함께 한국의 이번 월드컵 4강 진출에 대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광근 단장은 "우리 체육인들과 인민들이 남측의 4강을 진심으로 기뻐한다"고 축하했다. 오완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남과 북이 하나의 팀으로 출전했더라면 우승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공항 주차장까지 나온 북한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자 처음의 굳은 표정을 풀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했다.골키퍼 장정혁은 "남과 북이 다 같은 우리 땅이니 부담없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미드필더 김영준은 "경기 결과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또 조총련계 선수인 안영학은 "(서울까지 오는데) 비행기로 40분밖에 안 걸렸다. 경기에 참가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북한 측 이광근 단장은 5일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만찬석상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TV로만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다"고 인사했고,히딩크 감독은 "남한과 북한이 축구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답했다.

○…이번 통일축구대회에서 한국은 붉은색 상의에 짙은 청색 하의를, 북한은 상·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또 선수교체는 네명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축구공은 나이키 제품으로 하기로 했다.

○…북한 선수들이 안정환을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다. 만찬에 참석한 북한의 한 임원은 "녹화로 중계됐지만 북한 주민 대다수가 월드컵에서 한국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았다"며 "특히 안정환은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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