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車 상대 4,000억 사기범 재판중 해외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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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옛 아시아자동차(기아자동차로 합병)를 상대로 4천억원대 국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던 브라질 교포사업가 전종진(全鍾鎭·38)씨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全씨는 2000년 6월 항소심 재판 중 서울고법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으며, 이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지난 5월 궐석상태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보석은 취소됐지만 법원·검찰은 이미 행방을 감춘 全씨를 구속하지 못했다.

검찰은 "아직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全씨가 자신의 변호사에게 보낸 e-메일 내용 등으로 볼 때 브라질로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석 허가와 동시에 출국금지 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全씨가 해외로 나갔다면 위·변조 여권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全씨가 브라질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 브라질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방침이다.

보석을 허가해준 항소심 재판부 관계자는 "피해자 쪽에서 '피해 변제를 위해 全씨를 석방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고, 피해액 중 1천만달러를 갚아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검 외사부는 1998년 12월 브라질에서 아시아자동차를 독점 수입하던 全씨가 96~97년 경승용차 1억8천만달러(당시 환율로 1천5백여억원)어치를 외상으로 수입하고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밝혀냈다.

全씨는 또 아시아자동차의 현지 법인격인 자동차판매회사 AMB를 운영하면서 이 회사 증자에 아시아자동차를 끌어들여 증자대금 2억달러를 아시아측이 부담케 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全씨는 브라질이 경제위기를 겪던 80년대 자동차수입업에 뛰어들어 AMB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린 사업가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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