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아시아에 더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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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제 유가 상승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내수위축·수출부진 등 이중의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며 특히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데다 미국 등 교역 상대국의 수요가 부진해져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집값 오름세와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로 인플레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름값마저 크게 오를 경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9% 줄어들고 물가는 0.8% 올라갈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올 들어 최근까지는 환율이 하락한 덕분에 유가가 달러 기준으로는 오르더라도 원화 기준으로는 큰 변동이 없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물가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 상승에 따른 타격이 한국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의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경제산업상은 "유가가 배럴당 28달러 선이라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30달러 이상으로 지속된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유가가 배럴당 평균 26달러를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4~4.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GDP가 0.4% 줄고 물가는 0.4% 오를 것으로 IMF는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각료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OPEC는 이날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확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 밖으로 생산량을 동결하거나 하면 유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시사하는 등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유가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일시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 유가가 한때 40달러 선까지 뛰어올라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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