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비리 척결해야 할 사정기관이 … ” 청와대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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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사정기관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이명박 대통령(사진)이 25일 “국가 주요 사정기관의 운영실태와 업무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재진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혔다. 홍 수석은 “민간인 사찰 등 사정기관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최근 상황에 이 대통령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정기관들의 기강을 확립해 3대 비리(토착·교육·권력형) 척결 등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정기관) 본연의 업무는 사고가 터진 다음에 조사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그런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민정수석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특히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문제가 된 총리실은 물론 검찰과 경찰·감사원 외에 감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세청과 국가정보원의 활동도 점검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점검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인적·제도적 개선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으로 촉발된 최근의 난맥상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날 홍 수석도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실체보다 조금 과장돼 전달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특정 기관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검토해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덧붙였지만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이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는 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실 최근의 상황은 이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둑이 터진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은 올 초 토착 비리, 교육 비리, 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의 척결을 강조하며 공직 사정활동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 정부 집권 3년차에 주로 터진 각종 게이트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총력전을 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폰서 검사 논란과 경찰의 피의자 고문,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등 연이어 터진 일련의 사태는 비리 자체보다 오히려 비리를 척결해야 할 사정기관들의 불법이 줄줄이 도마에 오른 경우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인 ▶친서민 중도실용 ▶사회통합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에 팽배해 있다. 이날 홍 수석이 “사정기관의 운영이 큰 틀의 국정기조에 부합하는지 연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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