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농가 리모델링 전원주택 꿈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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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7면

주5일 근무제 확산은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부동산 재테크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를 반영해, 쉬고 놀고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전원 부동산 상품이 속속 나올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 시대에 맞는 부동산 투자방법을 주 1회씩 네번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30여년간의 도회지 생활을 접고 올 초 경기도 포천 일동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한 강정수(62)씨 부부.

각기 강원도와 충청도의 산골짜기가 고향인 이들은 신혼 초에 나중에 늙으면 공기 좋고 조용한 전원에서 보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막상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자녀들을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의 집을 그대로 남겨놓다 보니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은 1억원 남짓.

부부는 주말마다 전원주택지를 찾았지만 마음에 든다 싶으면 가격이 안 맞고 가격이 적당하다 싶으면 위치와 주변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돌파구는 있었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에 있는 빈집을 구경하게 됐다.

25평 규모의 텃밭이 있는, 대지 1백50평·건평 25평의 이 농가주택을 개조해 살기로 하고 5천2백50만원에 구입했다. 주방을 넓혀 욕실을 마련하고 변기를 교체해 수세식 못지 않게 꾸몄다. 외부는 황토몰타르로 마감해 흙집처럼 보이게 했다. 거실에는 온돌마루를 깔았다. 창문·현관문·대문도 바꿔 달았다.

이렇게 개조하는 데 든 비용은 2천5백만원. 땅값을 포함해 들어간 비용은 총 7천7백50만원으로 각종 세금을 합해도 1억원이 안들었다.

결국 姜씨 부부는 계획대로 여유 자금 1억원 내에서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준농림지를 사 姜씨가 구입한 정도의 집을 지으려면 2억~3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말해 姜씨는 싼 값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도심에서나 봄직한 부동산 리모델링이 전원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농가주택과 빈집 등을 리모델링해 재활용하면 건축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농지전용과 임야 형질변경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건평 1백㎡ 이내의 농가주택을 구입하면 취득·등록세 및 재산세(5년간) 면제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본격적인 집짓기에 대비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초 방송설비 엔지니어에서 도예가로 전업한 이영건(45)씨 부부도 농촌의 빈집을 구입, 전원주택과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李씨 부부는 "준농림지를 매입해 새집을 짓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전원에 터전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겐 제격"이라고 말한다.

주택뿐만 아니라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은 농어촌 폐교도 전원형 재활용 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전원 생활자나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다양해진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고(古)서점을 운영하던 박대헌(49)씨는 1998년 강원도 영월군 두메산골의 폐교를 책 박물관으로 꾸며 이 지역의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朴씨는 연간 1천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주고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관사는 부인과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전원주택으로 삼고 있다.

폐교는 전기·수도 등 기본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임대료도 저렴한 게 장점. 유치원·청소년 수련캠프·체험 학습장·미술 작업실·유소년 축구교실 등으로 주로 이용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 퍼진 폐교는 2천8백78개. 이중 80%가 재활용되고 있으며 해마다 가동률이 3~4%씩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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