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값 더 받자" 흥정용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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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대우자동차 부평·창원·군산공장의 승용차 생산라인이 28일 오전 일제히 멈췄다.

한국델파이㈜ 한 회사가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조립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부품이 한가지만 조달되지 않아도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없어 공장 전체가 마비된다.

더욱이 한국델파이뿐 아니라 1백91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대우차 협력업체 상거래 채권단'도 29일 부품 공급 중단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군산 트럭 공장과 부산 버스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부품업체들 빚 더 받기 위해 강공=협력업체들이 부품 공급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대우차에 대한 채권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서다.

법정관리 중인 대우차는 이번주 중 인천지방법원에 정리계획안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의견을 물어 채권 변제 방법·시기·규모 등을 결정하는데, 여기서 인정받지 못하는 채권은 없어지게 된다. 부품업체들은 이 수정안에 자신들의 의사를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문제는 대우차가 빚을 모두 갚을 능력이 없다는 데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전체 채무액이 20조원이지만 채무 변제율은 20%가 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업체의 경우 2백70여개 업체가 7천억~1조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법원이 인가한 최초의 정리계획안에는 부품업체들이 정리채권(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2000년 11월 30일 이전에 부품을 공급하고 받지 못한 돈)의 40~60%선을 변제받도록 돼 있다. 변제 시기도 2004년 이후다.

부품업체 입장에서는 물건을 납품하고도 대금 전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대우차가 새로 제출할 계획안이 당초보다 불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품업체의 불만이 커졌다.

◇협력업체 연쇄 도산 위기=협력업체의 또 다른 불만은 대우차가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납품한 뒤 2주 후에 결제하던 것을 6월 중순부터 의도적으로 4~5주로 늘렸다는 것이다.

대우차 부도 이후 이미 30여개 업체가 도산했으며 20여개 업체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고 주장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우차·채권단이 자신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익채권(법정관리 이후에 발생한 채권)을 늘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품업체의 채권을 변제하는 데 쓰도록 용도를 못박은 2억5천만달러를 갖고 대우차·채권단이 공익채권까지 갚으려 한다는 것이다. 협력업체들이 납품 대금을 즉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리채권을 더 받으려는 것과 직결된다.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찾아질지 미지수다. 당장 돈이 나올 곳이 마땅치 않다. 채권단에 속해 있는 은행끼리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입장이 통일되지 않는 상황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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