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무원 직무유기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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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광주지역 대입수능시험 커닝 부정사건이 발생하기 3개월여 전 부정행위 모의와 관련된 학교를 구체적으로 거명한 제보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5일 "교육부에 대한 '수능시험 부정 특별감사'를 앞두고 최근 실시한 예비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6일부터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경찰청 등 수능 부정 유관기관들을 대상으로 전면 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실명의 제보자가 청와대에 "광주 모 고등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이 모의되고 있으니 알아보라"는 제보를 했고, 청와대는 교육부에 진상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수능 부정 모의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중심으로 수능부정행위 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험(11월 17일) 한 달 전인 10월에 광주교육청을 포함한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수능부정행위 방지대책'은 예년과 비슷한 일반적인 수준에 그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또 "교육부는 제보된 실명의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방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수능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교육부.정보통신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대책회의가 세 차례나 무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육부는 9월 1일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부정 가능성이 있으니 광주지역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시험 시간 중 가동 중지해 달라"고 정보통신부에 요청했지만 정통부로부터 "그 같은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시험 당일 제보된 학교에서 실제로 부정행위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이미 확보했으며 6일부터 실시하는 특감에서 사실 확인을 할 방침"이라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문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봉수.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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