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공예품 수집이 취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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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세계 6대 시장으로 부상한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국내외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과 수신고 경쟁이 어느 업종보다 치열하다. 그런 격전장에서 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생명 사장(47)은 벌써 3년째 야전사령관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995년부터 프랑스생명 한국지사에서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캉페아뉘 사장은 99년 독일 알리안츠 그룹의 요청으로 알리안츠생명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알리안츠 그룹이 국내 제일생명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글로벌 보험 메이저들에게도 손꼽히는 '난공불락'지역이다.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이른바 '빅 스리'가 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지키고 있는 두터운 진입 장벽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캉페아뉘 사장의 역할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출퇴근 자율시간제(플렉시블 타임)에서도 그만은 예외다. 스스로 직원들에게 "탄력있는 9시간 근무제를 적극 쓰라"고 권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오전 8시면 사무실에 들어선다.

캉페아뉘 사장의 근무 스케줄은 주말인 토요일에도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이런 바쁜 스케줄에도 그는 내·외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경제 문제 등을 공부하는 서울 글로벌 포럼의 회장직과 서울시청의 외국인 자문위원을 맡고 있을 만큼 유난히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

캉페아뉘 사장의 이런 한국사랑은 평범하지 않은 취미 생활에서 나온다. 바로 한국 전통 공예품 수집이다. 실제로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2층 양옥집은 틈날 때마다 인사동과 경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모은 각종 전통 공예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간 수집한 한국 전통 공예품은 하회탈, 옛 선비들의 옷, 뒤주, 도자기 등 수십여 가지.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그간 모은 한국 공예품들을 놓고 '한국의 미(美)'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한국 전통 공예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묻자 그는 "사람의 체취가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그냥 며칠 관광한 뒤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죠.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나 화려함과도 다릅니다. 절제되고 깊이가 있으며,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이 있어요. 마치 소박함 속에서 빛나는 섬세함이랄까. 이런 한국의 아름다움을 아는 외국인들에겐 일종의 마력과도 같습니다."

한국 문화 예술품에 대한 그의 사랑은 계속 이어진다.

"한국 공예엔 뚝배기에서 잘 끓인 된장찌개 같은, 깊이 우려낸 그런 맛이 담겨 있지요.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지요. 저도 이제 한국 문화 매니어가 되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항상 인사동을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시간이 나면 직접 거리로 나섭니다. 인사동을 워낙 많이 다녀 이젠 눈감고 지도를 그릴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경영 철학도 바로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휴먼 매니지먼트'다.

"비즈니스는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업은 더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인재를 중시하고, 인재 육성에 경영의 최우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의 경영 철학 덕분인지 알리안츠생명은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안착에 성공한 대표적 외국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캉페아뉘 사장 부임 후 2년 만에 수익이 26% 늘었으며 시장점유율도 3.5%에서 4.5%로 높아졌다.

한국 보험시장에 대한 그의 전망은 매우 밝다. 한국민들의 근면성과 저축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 보험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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