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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극하는 중국 반분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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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집권 2기를 시작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중동 문제와 미국 내 개혁 프로그램이 주요 어젠다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국은 대만의 독립운동에 쐐기를 박을 목적으로 '반(反)분열법안'을 내놓았다.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동기와 발표 시점이 의아하다.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최근 미국 의회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떼어놓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중국은 자신의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대만 독립주의자들이 오판할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반분열법안을 통해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취하고 있는 교묘한 방식의 독립 전술을 저지하겠다는 것을 암시한다. 미국은 천 총통이 더 큰 위기로 뛰어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중국으로선 이 같은 미국의 노력을 북돋우려는 목적도 있는 듯하다. 새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 내부의 정치세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 법안이 지난해 12월 11일 대만 총선에서 천 총통의 집권 민진당이 패배한 지 불과 수주일 만에 나왔을까. 어쩌면 베이징(北京)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천 총통은 대만 독립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방향의 헌법 개정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이전에 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거라고 중국은 결론지었을 것이다. 대만 선거 기간 중 미국이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천 총통 측에 전달한 경고를 참작해 중국이 반분열법을 내놓았는지도 모른다.

반분열법 계획 뒤에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든지 중국은 이것이 가져다줄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법이 많은 대만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대만의 정치적 분열을 조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구매하려는 계획에 대한 지지가 늘어날 것이다.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반분열법은 천 총통이 추진하고 있는 대만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법안이 오히려 대만의 국민투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대만은 미 의회가 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미국 내 로비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위험 부담은 대만의 재무장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접경에 대거 투입되고 훈련을 강화하면서 대만은 재무장을 심각히 고려해 왔다. 대만은 그동안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구입해 왔다.

부시 행정부는 다른 긴급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양안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로가 적극 협력한다면 양안의 안정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것이다.

중국의 실용주의적 지도자들은 대만 문제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어떠한 나라도 대만 독립이 양안의 충돌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부인하면 안 된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사용 위협은 철회돼야 한다. 양안의 군사적 돌발사태에 대비한 확실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중국은 배치된 미사일 수를 감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위협이 감소하면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줄여야 한다. 대만의 국제적 입지는 더 넓어져야 한다. 양안은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새해에 양안의 긴장 완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미 국무부 차관
정리=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