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가능한 합의에 주력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 문제 등을 다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의 제2차 회의가 오늘 서울에서 열린다. 양측은 특히 북측의 경제적 수요로 미루어 보거나 김대중 정부의 대북 지원 의지를 감안해볼 때 18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회의에서 적지 않은 합의를 이룰 전망이다. 문제는 그런 합의가 양측 내부에 조성된 어려운 정세를 우회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 양측은 두개의 원칙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합의사항은 반드시 실천을 전제한 것이어야 한다. 양측은 지금까지 숱한 합의를 했다. 그러나 대개의 것은 합의 서명을 한 그 얼마 후부터 유명무실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실망을 넘어 남북 간에 불신의 장벽을 더 높였던 것을 이번 회의의 양측 대표는 인식하고, 실천 가능한 것만 합의하기를 촉구한다.

이를 위해 양측이 서로의 경제실정이나 내부 사정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동서 양쪽 철도 및 도로 연결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남측으로선 동해선의 경우 강릉~고성 구간의 철도가 없다. 이 구간에 철도를 새로 놓는 문제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 또 중앙선을 경유한 이 철도의 건설이 나을지, 경원선을 이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하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경제성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북측도 양쪽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대한 군부의 지지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런 기술적·경제적·군사적 연관 문제에 대한 상호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의사항의 실천이 뒷받침될 것이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가시화될수록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분위기가 한층 더 조성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양측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실천 가능한 합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