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변죽(?)이 좋은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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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예전엔 말 없고 무게 있는 남성상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으로 단골이었다. 요즘엔 넉살 좋고 재치 넘치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다.

이들 주인공처럼 뻔뻔스럽거나 비위가 좋아 주변에 잘 적응하는 성미를 가리킬 때 ‘변죽이 좋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말로 ‘반죽이 좋다’고 해야 맞다. “김탁구는 구마준과 달리 반죽이 좋아 주변 사람들과 쉽게 융화될 수 있었다”에서처럼 쓰인다.

‘변죽’은 “아버지는 종종 젓가락으로 상의 변죽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시곤 했다”에서와 같이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의미한다. ‘변죽을 울리다’ ‘변죽을 치다’와 같은 관용구로 주로 쓰인다. ‘변죽을 치다’는 “그렇게 변죽을 치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에서와 같이 ‘바로 집어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변죽을 울리다’는 ‘변죽을 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변죽만 울린 검찰 수사”에서와 같이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곁가지만 건드리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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