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로 한칸 뛰는데 34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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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제1보 (1~30)=서로 흑번을 한번씩 이겨 1대1.격렬한 접전 속에서 첫판엔 이창호9단의 대마가 죽었고 2국에선 李왕위의 사나운 보복을 받아 이세돌3단의 '중마(中馬)'가 사망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될 3국이 7월 26일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흑을 쥔 李3단이 9로 붙인 다음 11로 틀어막자 검토실의 프로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이 수법은 이창호9단이 애용하면서 '이창호 정석'이란 별칭이 새로 붙게 된 정석. 12로 얻어맞는 것이 아프지만 귀의 살집이 두텁다는 실전적인 정석인데 그걸 李3단이 거꾸로 들고나온 것.

18로 한칸 뛴 수가 무려 34분20초가 들어간 이판 두번째 장고수. 양협공과 18의 차이, 그리고 18 이후의 변화를 연구했을 것이다. 19는 악수일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엔 백이 <참고도1>의 4,6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 여지를 없앤 다음 21로 응수하자 李왕위는 기다렸다는 듯 22로 파고들었다.

지금은 <참고도2>처럼 씌워도 흑2,4로 공격이 어렵다. 그래서 먼저 실리를 파낸 뒤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기로 한 것. 이건 이세돌의 전법이기도 한데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수법을 역으로 쓰는 고도의 심리전을 보여주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협찬:삼성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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