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끼… 무대가 좁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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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아직 날도 잡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너무 관심을 보이니 쑥스럽네요…. 올해엔 일이 많아 내년께로 생각하고 있지만, 맘이 바뀌면 또 모르죠. 내일 당장 해버릴지. 하하…."

이 남자,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 큰소리 뻥뻥 치며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젖히던 마초(macho) 맞나. 결혼 얘기가 나오자 수줍은 소년처럼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유준상(33·사진)은 얼마 전 열한살 연하의 탤런트 홍은희와 열애 중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은희요? 참 착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예요. 어떤 분들은 드라마('여우와 솜사탕')에서처럼 띠동갑하고 결혼했다고 하지만 절대 아니에요. 열두살이 아니라 열한살 차이라는 걸 꼭 써주세요."

그는 기자에게 손으로 V자를 그리며 '11' 이라는 숫자를 강조했다.

유준상은 요즘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을 오가고 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 '쇼쇼쇼'에서는 가난하지만 순수한 바텐더로 나오고, 28일 시작하는 SBS '정'에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책임감에 억눌리고 생활에 찌든 30대 남자로 등장한다.

그의 원래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대학시절부터 음악과 무용을 꾸준히 배워둔 것도 이 꿈을 위해서였다. TV 연기자로 인기를 얻긴 했지만 지금도 궁극적으로 그가 가야 할 곳은 뮤지컬 무대라고 확신하고 있다. 뜨거운 열정 덕분일까. 그는 지난해 출연한 뮤지컬 '더 플레이'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년전 친구와 함께 명동에서 유화 전시회를 여는 등 미술에도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기울여왔다.

요즘엔 '어린이 미술세계'란 잡지에 매월 칼럼을 싣고 있다. 1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유준상의 그림이 있는 이야기' 코너는 돌고래·나무·교회 그림과 함께 창작 글을 올려 많은 어린이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 그림 많이 그려요. 제 그림이 영등포구치소 담벽에도 있는데…."

얼마 전엔 봉사활동 단체와 함께 구치소 벽화 그리기 작업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TV 연기자를 지칭하는 말이 '재주'를 뜻하는 '탤런트'이고 보면 그는 정말 탤런트 자격을 갖춘 몇 안되는 연기자일 듯싶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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