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왕별' 타르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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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번주부터 대중음악 평론가로 MBC FM '송기철의 월드 뮤직' DJ를 맡고 있는 송기철씨의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영미 주류 팝 외의 다양한 음악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지난 월드컵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형제애를 확인한 나라가 바로 터키다. 이 나라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반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있다. 때문에 터키는 오랫동안 '동서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화의 혼합을 이뤄왔다. 이런 독특한 문화는 5백여년간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지배한 오스만제국 시절에 특히 발달했다.

페르시아와 비잔틴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터키의 전통음악이 서양에 알려진 것도 이때다. 18세기부터 유럽의 음악가들은 터키 음악을 차용, '아 라 튀르크(터키풍으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훗날 '터키행진곡'으로 명명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1번 3악장과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피'도 그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터키는 또 전세계 57개 이슬람국가 중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이른바 '세속주의'를 택한 최초의 나라다. 이렇게 열린 생각에서 비롯돼 어떤 형태의 외국 음악이라도 자신들의 스타일로 소화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터키 음악계의 가장 큰 특징이다.

터키 대중음악계에는 스타들이 많다. '터키 음악의 여왕'으로 추앙받는 세젠 악수, '국민가수' 바리슈 만초, 터키 최초의 월드 스타 타르칸, 그 뒤를 잇는 '다크호스' 무스타파 산달, 세계 무대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중견 여가수 세르탑, 그리고 신세대 여가수 귤한 등이 있다.

이 중 타르칸은 겨우 서른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터키 역사상 전무후무한 수퍼스타로 평가받는다. 독일의 터키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14세 때 터키로 돌아온 그는 1993년 가수로 데뷔했다. 그의 노래 '슈마륵(제멋대로)'은 곧 프랑스와 벨기에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덴마크에선 앨범이 1백만장 이상 팔렸다. 독일·러시아에서도 그의 인기는 끝없이 치솟았다. 지난해 발표한 4집 '카르마(혼합)'는 발매 당일 매진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출시된 앨범 '타르칸'엔 그의 1,2,3집 히트곡들이 총망라돼 있다. '슈마륵'은 노래 중간중간 입맞춤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곡으로, 강렬한 록 비트에 아랍권 특유의 꺾이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애틋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슈크듬(섹시 댄싱)', 테크노 비트와 슬픈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부 게제(오늘밤)', 경쾌한 로큰롤의 리메이크곡 '델리칸르 차을라름(청춘시절)' 등도 매력적이다. 매우 현대적이고 팝적인 곡 구성이면서 터키 고유의 리듬과 다르부카(타악기)·지터(현악기) 같은 전통악기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내 노래는 기본적으로 민족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세계적인 감각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세계인에게 통역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쪽쪽' 같은 의성어를 섞어서 사람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전통 음악과 외국의 팝 음악을 지혜롭게 혼합한 타르칸. 그래서 그는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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