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푸틴 船上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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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블라디보스토크=안성규 기자]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맞을 러시아 연해주에는 긴장이 급격히 높아가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선상(船上)회담'으로 결정된 듯 회담 장소로 예상되는 선박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내항의 경계도 한층 삼엄해졌다.

18일 오후 무명 용사의 묘 앞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내항에서는 러시아 고위 관계자의 행렬이 목격됐다.

한 러시아 소식통은 "고위 인사는 경호관계 책임자이며, 그는 회담용 선박을 최종 점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회담용 선박은 태평양 함대 사령부 소속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호(號)와 최근 일본에서 구입된 '프린세스'호 중 하나가 될 것이 유력하다.

또 金위원장이 두만강을 건너 처음 기착할 국경도시 하산에서는 18일 국내 방송사 취재진이 국경수비대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내 방송사 취재진은 멀리서 두만강 철교를 촬영하다가 국경보안대에 연행됐다. 이들은 네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현지 러시아 소식통은 "나홋카 소재 북한 총영사관의 움직임도 부쩍 바빠졌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쯤 떨어져 있는 항구도시 나홋카의 세도바 거리 8번지. 평소엔 움직임이 뜸했던 북한 총영사관의 정문으로 북한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부리나케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경찰 관계자도 "金위원장의 세부 일정이 아직 통보되지 않았지만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엔 크렘린 경호실 소속 대원과 장비를 실은 석대의 비행기가 金위원장이 방문할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로프스크·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급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도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상세한 뉴스를 전하고 있다. 최근 현지 신문 노보스치에 따르면 金위원장은 22일 오전 무장 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초청자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특사를 만난 뒤 같은 날 오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24일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 대학을 방문해 두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이 대학에서 金위원장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무기 구입에 관심을 보이는 金위원장을 위해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비행기·잠수함 공장을 함께 방문하고, 무기 문제를 타결지을 계획이라는 것. 金위원장이 20일 러시아 방문을 시작해 하바로프스크의 군수공장을 둘러본 뒤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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