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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침수지역자원봉사 행렬'희망의 보트'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16일 오후 황톳빛 수상도시로 변해버린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서는 40여대의 보트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이중 절반 정도는 전국의 해양 및 구조관련 민간단체들이 가져온 것이다. 이들은 119구조대 보트 20여대와 함께 침수로 고립된 23개 마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식수·의류 등을 전달하는 등 수재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낙동강 지류의 강둑이 터져 여러 마을이 침수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인과 민간단체 회원들이 보트를 싣고 온 것이다.

지난 10일까지 구조활동 등을 벌인 보트는 단 세 대뿐이었지만 16일 오후 현재는 마을별로 한두 대씩 전용 보트를 지정하고 주민들이 필요하면 택시처럼 이용한다. 육로 끝자락에 위치한 한림면 안하리 재해대책본부 앞에는 사람과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임시 나루터까지 만들어졌다.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이두호(34)씨. 침수지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인 김해시 내동에서 잠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10일 오전 회원 8명을 긴급 소집해 주민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활동 첫날 야간에는 전등을 켜들고 고립된 집들을 찾아다니며 "누구 없소"라고 고함치느라 목들이 가라앉았다.

가장 많은 보트와 인력을 동원한 단체는 한국구조연합회. 이들은 보트 세 대와 회원 21명을 동원해 지난 13일부터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적지 않은 보트가 모여들자 경남도 소방본부 측은 한국구조연합회 정동남(53·탤런트)회장에게 민간 보트에 대한 지휘를 부탁했다.

회원 대부분이 군 특수부대 요원 출신인 한국구조연합회 회원들은 휴가를 내는 등 생업을 잠시 접고 현장으로 달려왔다.정회장도 방송출연 스케줄을 조정했다.

이들의 활약은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1주일 동안 고립돼 실신상태에 이른 여고생을 발견, 후송했는가 하면 가재도구를 정리하다 다리 골절상을 입은 30대 남자를 구조하기도 했다.

정회장은 "1975년부터 수해현장 봉사활동을 펴왔지만 이번만큼 피해가 심한 곳은 처음"이라며 "침수 장기화에 대비, 전국 2천7백여명의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비상대기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3119구조대 경남지역대(대장 윤성식·43)도 보트 한 대와 8명의 대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윤대장은 "침수된 집에서 족보를 품고 나오던 70대 할머니를 구조한 경험이 대원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보트의 길거리 안내는 한림면 자율방범대원들이 맡고 있다. 외지 출신 자원봉사자들이 지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트마다 한명씩 자율방범대원이 배치돼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남강 둑이 터져 6개 마을이 물바다가 된 함안군 법수면에서도 자원봉사 보트 네 대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쯤 한림면 부평리 타일공장 앞 전봇대에 매달려 있다 한국구조연합회원의 보트에 구조된 방인복(54)씨는 "감전될까봐 한시간이나 두려움에 떨다가 순찰 중이던 보트에 고함을 질러 구조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해소방서 최주경(崔主敬)방호구조과장은 "자원봉사 보트들의 활약으로 인명구조와 이재민 생필품 수송 등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16일 현재 김해시와 함안군 일대에서는 8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구난활동을 벌이고 있고, 지난 10일부터 연인원 9천2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침수지역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남도 재해대책본부는 낙동강 상류지역 댐의 방류로 낙동강 수위가 오르내리면서 침수지역의 물이 빠지지 않아 재산피해액이 1천1백여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김해·함안=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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