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자살 발표 근로자 의문사위,타살 의혹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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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87년 민주노조 결성에 참여하던 중 사측 조합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출두 요구를 받은 상태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자살로 처리됐던 대우중공업 창원공장 근로자 정경식(당시 29세)씨 사건에 대해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韓相範)는 16일 "당시 경찰의 수사 결과와 달리 최소한 鄭씨가 유골 발견 장소에서 숨지지 않았다는 증거들을 확보했다"며 "鄭씨가 타살된 뒤 옮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그 증거로 ▶현장에서 발견된 노끈에 혈흔 등이 없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보고서▶시체가 9개월 동안이나 방치됐던 현장 토양에서 시체 부패시 생기는 동물성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국과수 연구원의 증언 등을 제시했다.

규명위는 "당시 경찰은 '鄭씨가 자신이 폭행한 모씨가 요구하는 합의금 1백50만원을 구할 수 없어 비관 자살했다'고 발표했지만 조사 결과 鄭씨가 8백여만원을 저축한 상태였다"며 "상식적으로 鄭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대구고검 崔모 검사에게 출석요구와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崔검사는 이에 불응했다. 이에 대해 崔검사는 "변사사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검사로서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鄭씨는 의문사한 것이 아니므로 규명위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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