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만부이상 판매 '기형도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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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990년대 문학의 한 상징으로 자리잡은 기형도. 문단에서는 "젊은 시인들이 사숙하는 시인으로 기형도가 첫손 꼽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국 시단이 기형도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질지도 모른다"는 과장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기형도는 문학사에 확고하게 자리 매겨져 있다.

이를 입증하듯 계간지 『시인세계』가 시인과 평론가 1백명에게 한국 시 1백년을 대표하는 10명의 시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형도는 10위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신경림·황동규·황지우 등과 더불어 등외 순위 앞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시단의 최고 원로 김춘수 시인도 한국현대시 1백년을 정리해 최근 펴낸 『사색사화집』에서 기형도의 시를 이전의 시적 경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 뛰어난 시로 극찬했다.

평단의 호평에 더해 대중적 추앙의 물결도 여전하다. 89년 출간된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은 매년 1만부 이상씩 팔려 현재 13만부를 넘어섰다. 올해는 KBS 'TV, 책을 말하다'에 기형도 특집이 방송되면서 상반기 베스트 셀러 시부문 3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시 베스트 셀러에 대개 10대의 감수성을 겨냥한 시집들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는 뜻밖이다. 기형도에 대한 관심은 인터넷에서도 확인된다. 검색 엔진에서 '기형도'를 치면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의 관련 홈페이지가 뜬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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