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합의에 그친 남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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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한이 7차 장관급 회담에서 상호 협력과 교류의 활성화를 유도할 10개항의 합의를 이룬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금강산댐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자 접촉과 8차 장관급 회담의 10월 평양 개최에 새로 합의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남북 교류와 협력을 북돋우고 담보할 밑바탕인 군사당국자 간 회담의 개최를 '이른 시일 내'로 합의하고, 경의선·동해선 철도 공사를 동시 착공하되 착공 일자의 확정을 뒤로 미룬 것은 절반의 합의에 불과하다.

군사 당국자 간 회담은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와 신뢰 조성의 기반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당장 경의선 등의 공사를 위해서도 이 회담이 열려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 등에 대한 기존 합의서를 교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서해교전 사태가 시사했듯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을 누그러뜨리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선 쌍방 군사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북측이 남북 간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것을 위해 관건이 되는 군사 당국자간 회담을 기피하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북측이 남측으로부터 쌀 지원 등 '열매'만 거두고 군사 당국자간 회담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천연시키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때문에 군사회담을 막연한 '이른 시일'이 아니라 구체적 일정으로 확정해야 한다.

우리 쪽이 주력한 두 문제에 대해 이런 미적지근한 결과를 얻은 것은 정부의 회담전략 부재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현 정부가 임기 말 업적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서해교전에 대한 북측의 책임문제를 분명하게 따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북측이 만약 남측의 도발을 당했다면 이런 식으로 회담에 결코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북측에 따질 것은 확실하게 따지고 지원할 것은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결연한 자세를 가졌다면 회담 결과가 이렇게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북측만을 위한 대북협상을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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