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역할당제'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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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지난달에 이어 신입생 전형에서의 지역할당제 도입 의지를 재차 밝힘에 따라 실현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鄭총장의 지역할당제 발언은 일단 서울대 입학생이 대도시 출신과 부유층 등 특정 지역·계층 출신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줄여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은 鄭총장 개인의 구상이어서 현실화되기까지에는 장애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대입 경쟁 상황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방 학생·학부모 등의 찬성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등·형평성을 문제로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 거센 상황이다.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고 대도시 거주 저소득층 자녀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논리의 근거다.

한국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지역별로 학생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정교하게 지역 배분을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현실적으로 무리한 제도"라며 "공정성이 강조되는 우리 입시 현실에서 논란과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내부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鄭총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 입학처의 한 관계자는 13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농어촌 특별전형을 확대하는 것으로도 지역할당제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굳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할지 의심스럽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걸우 학술학사지원과장은 "아직은 교수 의견이나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鄭총장 개인의 생각인 것으로 안다"며 "서울대가 지역할당제를 구체적인 입시안으로 확정해 제시하면 그때 가서 검토를 해보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규정한 고등교육법에 위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부작용을 줄이는 합리적 방법이 뒷받침된다면 지역할당제가 실현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관리실장은 "현행 다단계 전형 방법을 그대로 활용하되 1단계에서 정원의 2~3배수를 뽑을 때만 지역별로 학생들을 할당하고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2단계 전형에서는 실력대로 선발한다면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나름대로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대 박창순 입학처장은 "외국에도 인종·성별에 따라 할당제를 적용하는 대학들이 있는 만큼 소외계층을 우대한다는 측면에서 지역할당제는 도입할 만하다고 본다"면서 "전체 모집정원 중에서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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