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주식회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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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면목동 김부장(40)'은 경력 11년차의 베테랑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다. 그는 분당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천안 고속철도 역세권에서 나온 아파트까지 올 들어 분양된 굵직굵직한 분양현장에 조직원을 몰고 어김없이 나타났다.

떴다방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그에겐 나름 대로의 노하우가 있다. 바로 팀워크다. 고용이나 협력관계에 있는 고정 파트너만도 10여명. '통장' '명함아줌마' '찍새' '마귀' '교통'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다양한 '꾼'들이 저마다 고유영역을 꿰차며 '김부장 사단'을 이루고 있다.

선착순 줄서기를 위해 이따금 고용하는 전문 아르바이트생까지 합치면 그의 식구는 50~60명이나 된다.

떴다방도 조직화하고 있다. 특히 역할분담을 한 뒤 몰려 다니며 분양시장을 어지럽힌다. 우선 '통장'은 주택통장 거래를 알선하며 떴다방을 돕는다.

타인 명의의 주택통장 1·2순위 통장과 3순위용 등본을 수집하는 게 주임무다. 청약이 치열한 서울에선 통장거래 가격은 5백만~1천만원이 정가로 알려졌다.

'찍새'는 당첨자 발표 직후 전매대상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거둬)와 분양권 가격을 부풀린다.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분양 현장이다. '마귀(일명 사모님)'는 부동산으로 돈벌겠다는 의욕은 크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한 전주(錢主)다. 떴다방이 추천하는 매물에 자금을 투자해 떴다방과 수익을 배분한다.

모델하우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함 아줌마'도 떴다방과 밀착해 있다. 명함도 나눠주고 모델하우스 내방객의 연락처와 자금여력 등도 파악해 떴다방에 전해준다. 잘 나가는 떴다방은 최소 3명의 명함 아줌마를 고용한다. 그러나 이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엔 하루 일당 수준이 3만원대로 떨어졌다.

또 중개업자와 중개업자, 중개업자와 일반 구매자 사이에 연결통로를 제공하는 '교통'도 떴다방계의 주요 직종이다.

한편 4~5명의 떴다방이 모여 '○○부동산협의회'란 친목단체를 결성해 공동전선을 펴기도 한다. 이런 단체가 서울에만 1백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최근 분양 열기가 뜨거운 경기도 남양주와 화성 등에 몰려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전한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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