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생 연쇄 피습사건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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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일주일에 한 명씩 한국인을 죽이겠다." "한국인 남성은 노예로, 한국인 여성은 성의 도구로 삼겠다."

지난 7월초 캐나다 밴쿠버 한인회로 의문의 협박 편지(사진)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자신을 캐나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Great Canadian White Power)라고 밝혔다.

그런데 편지가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에서 한국인 여학생이 연쇄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체 이 사건들은 괴편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팀이 현지 취재를 통해 협박범의 정체를 찾아나선다. 10일 밤 10시50분에 방영하는 '밴쿠버 미스터리, 캐나다 한국 유학생 연쇄 습격 사건'편이 그것.

사건 전개 과정은 이렇다. 편지가 배달 된 뒤 밴쿠버 서리 지역에서 어학 연수 중인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한다. 일주일 뒤 밴쿠버 헤이스팅스 지역에서 어학 연수 중인 다른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했다. 또 다른 한국 여학생은 살던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괴편지가 배달되기 얼마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어학 연수 중인 한 여학생이 집 앞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 습격을 받아 뇌를 심하게 다친 것. 그녀는 지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말조차 못 하는 상태로 입원 중이다.

마치 협박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듯 지난 한달 사이에 한국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자 현지 언론들은 이 문제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밴쿠버의 한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사건은 아직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어학 연수생과 유학생은 약 2만명. 갈수록 숫자가 늘면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광훈 PD는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현지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취재를 마치고 밴쿠버를 떠나던 날, 한인회에 괴협박 편지가 또 배달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는 아직 시작 단계여서 밴쿠버 한인들의 공포는 쉬 가시지 않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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