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T '시베리아의 탈북자'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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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외교관들은 탈북자들을 꺼리고, 러시아인들 역시 북한 주민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시베리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3일 블라디보스토크발로 보도했다. 제목은 '시베리아의 냉대, 탈북자들 환영받지 못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북한.중국과 접경해 있다. 북한 주민 약 2500명이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탈북자에 대해 한국 외교관들은 미온적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으로 망명을 강행한 북한 벌목공 황대수(28.통역관)씨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황씨는 2003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귀국을 거부했다. 1년간 숨어 지내다 한국 영사관을 찾아갔지만 냉대를 받았다. 황씨는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했다. 녹음에서 황씨는 "한국 헌법이 북한 주민의 망명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영사관 직원 한 명이 욕설하는 소리가 들린다. 영사관 측은 녹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물의가 빚어질 것이 두려워 황씨의 영사관 체류를 허용했다. 황씨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에 왔다.

신문은 "한국에서 탈북자 정착 지원금을 낮춘 새 법률이 3일 시행되고, 탈북자들은 앞으로 범죄자와 간첩.조선족을 가려내기 위한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된다"며 탈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북한 당국의 감정을 달래고 탈북자 유입이 느는 추세를 막기 위한 한국의 조치"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탈북자 수는 사상 최대인 1850명에 달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선 북한 주민에 대한 지역 감정도 좋지 않다. 지난해 9월 러시아 10대 스킨헤드족 5명이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워 두 그룹의 북한 노동자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스킨헤드족의 공격은 주민들의 두려움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탈북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로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북한과 시베리아 벌목공 채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벌목공들의 도주를 막겠다는 보장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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