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베이징 '문화전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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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지난 1일 상하이 심포니의 신년 음악회로 문을 연 오리엔탈 아트센터(上)와 오는 10월 천안문 광장 옆에 개관하는 베이징 국립대극장. 둘 다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류가 설계를 맡아 화제다.

중국에서 때아닌 '문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방의 선두 상하이(上海)와 수도 베이징(北京)이 앞다투어 세계적 수준의 첨단 공연장과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오랜 앙숙관계인 두 도시가 '문화수도'의 영예를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 1일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에 오리엔탈 아트센터(東方藝術中心)가 개관한 데 이어 베이징 천안문 광장 옆에선 오는 10월 국립대극장의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단순한 문화 시설의 확충이 아니다. 다분히 '라이벌 도시'를 의식한 포석이다.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자 상하이가 2010년 세계 엑스포 개최권을 따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은 2008년까지 국립박물관의 대대적인 증축과 함께 32개의 새 박물관을 개관할 계획. 상하이는 한 술 더 떠서 2010년까지 100개의 박물관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에 오페라극장이 필요하다고 처음 언급한 사람은 1958년의 저우언라이(周恩來). 그 후 지지부진했던 신축 계획은 1998년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극장인 상하이 대극원이 문을 연 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상연된 '투란도트''아이다'등 대규모 야외 오페라도 다분히 '문화수도' 타이틀의 쟁탈전 양상을 띠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천안문 광장 서쪽에 파이프 오르간까지 갖춘 베이징 콘서트홀이 2년여 개.보수 공사 끝에 재개관하자 상하이는 사흘 후 세기(世紀)광장 옆에 오리엔탈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0억 위안(약 125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953석짜리 심포니홀, 102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 333명을 수용하는 리사이틀홀을 갖춘 아트센터다. 가장 큰 홀은 상하이 최초의 심포니 전용홀. 아시아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으로 지난해 창단 125주년을 맞은 상하이(上海)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입주했다.

지금까지 상하이 심포니는 1930년 문을 연 영화관을 개조한 상하이 음악당에서 연주해왔다. 오리엔탈 아트센터는 오는 11월 베를린 필하모닉 초청 공연을 연다.

베를린 필은 26년 전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상하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하이는 오리엔탈 아트센터 개관에 그치지 않고 상하이 음악당 등 기존의 공연장을 모두 개.보수해 국제 문화도시에 걸맞은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천안문 광장 옆에 들어설 베이징 국립대극장은 2416석짜리 오페라극장, 2017석 규모의 콘서트홀, 1040명을 수용하는 연극 무대를 갖췄다. 인공 호수로 둘러싸인 이 극장으로 들어가려면 물밑을 통과하는 투명 터널을 거쳐야 한다. 오페라극장(1800석), 연극 무대(750석), 스튜디오 극장(300석)을 갖춘 상하이 대극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나 베이징 국립대극장을 한 사람이 설계했다는 것이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신청사와 푸둥 국제공항 등 전세계의 40여개 국제공항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류(66)가 그 주인공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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