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하루 두번 비스킷 배급이 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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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 미 푸드, 기브 미 비스킷."(음식을 달라, 과자를 달라)

3일 오전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주도(州都) 반다아체 외곽의 한 이재민 보호소.

굶주린 어린 아이들은 떼로 외국인 취재진에 몰려다니며 배고픔을 호소했다.

이재민들은 주민과 구호단체 회원들이 무너진 건물에서 주워온 철판.나무 등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집과 비닐 천막 속에 기거하고 있다. 수용자 수는 눈 대중으로 봐도 2000명 이상. 하지만 임시로 만든 화장실의 변기는 8개뿐이고 세면대는 하나에 불과했다. 호주.말레이시아 등에서 온 구호단체가 하루 두 차례 나눠주는 비스킷 등의 음식과 물이 이들에게는 생명줄이다.

수용자 중 상당수는 가족이니 친지를 이번 해일에 잃어버렸거나 혈육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 틈만 나면 아직도 건물 더미를 헤집고 다녀서인지 손과 옷이 성한 구석이 없는 이도 많았다.

구호단체들이 파악한 이 도시의 이재민 수는 약 9만5000명.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과 물. 그들에게 외부의 손길은 삶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 보호소에서 일주일째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재민 하야딘(37)은 "미군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왔다. 구세주라도 찾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온 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시내의 한 이슬람 사원에 진료소를 차려놓고 연일 100명 이상의 이재민을 치료하고 있다. 해일 피해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외상 후 증후군.불면증.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이가 가장 많고 설사 증세를 보이는 환자도 많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김현태(포항선린병원.의사)씨는 "아직 수인성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오물이나 썩어가는 시체를 치우는 게 시급하다"며 "현재 장비나 기술자 부족으로 포크레인 작업 등이 전혀 못 이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다아체(인도네시아)=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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