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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읽어주는 남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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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여름방학을 맞아 공연장·연주단체마다 다양한 청소년음악회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래의 관객 개발에 한창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청소년음악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클래식을 알기 쉽게 해주는 해설이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한다.

최근 청소년음악회 해설자로 활동 중인 사람은 줄잡아 10명 이내. 서울시향 기획실장 오병권(42)씨, 음악평론가 홍승찬(4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우광혁(40·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장일범(38), 오페라연출가 김학민(40)·피아니스트 김주영(37)씨 등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음악회의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을 함께 해온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청소년음악회는 '백지 위에 그림 그리기'나 마찬가지예요.'첫 경험'일수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처음에 실망한 청소년들이 영영 음악회에 발길을 끊을지도 모르잖아요. 학교 음악수업이 입시 위주로 흐르기 때문에 감상 교육은 음악계에서 맡아야 합니다."(김학민)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후원으로 7~8월 18개 도시를 돌며 28회의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1백여종에 이르는 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이면서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이죠. '세계의 악기 여행'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주로 청소년들이 찾습니다. 객석 분위기가 소란할 때 '대~한민국 짜짝짜 짝짝'박수를 몇 번 치니까 효과 만점이더군요."(우광혁)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부터 버리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해설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죠. 박수 소리에 연주자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음악회의 현장 체험 아닐까요. 이젠 청소년음악회도 양보다는 질에 눈을 돌릴 때입니다. 성의 없는 연주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습니까."(김주영)

"일회성 공연으로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 플랜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연주자와 관객이 무작정 만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학교·가정·공연장·연주단체가 다각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겠지요. 뉴욕필은 청소년음악회에서 학생 20명당 한 명의 인솔자를 반드시 동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음악교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해요. 교향악단에 주는 정부 지원금도 대부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습니다."(홍승찬)

"교향악단이나 공연장에 '교육부'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을 위한 음악 입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일본의 극단 '시키(四季)'도 지난 10년간 학교 방문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개발한 결과 요즘엔 공연마다 매진기록을 수립하고 있죠."(오병권)

청소년음악회 해설자들은 2천석 규모 이상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청소년음악회는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백스테이지 투어를 곁들여 공연장에 소풍 오는 기분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미래의 관객'개발은 앞으로 10~20년 후에야 결실을 보는 만큼 정부·기업의 투자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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