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서 듣는 안숙선 '소리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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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圓覺社·1908년)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판소리를 포함한 전통 연희(演戱)는 시장터나 사랑방, 대청 마루 등에서 펼쳐졌다. 연기자(또는 소리꾼)를 중심으로 관객이 삥 둘러 앉거나 서면 자연스러운 '원형극장'이 탄생했고, 여기에 돗자리에 병풍이라도 있으면 족히 무대라고 부를 만했다.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판을 벌이던 게 판소리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후론 서양식 무대에서 판소리를 공연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무대와 객석의 분리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판소리계의 프리마 돈나인 명창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감독·53·사진)씨가 여름밤 야외공연에 도전한다. 오는 9일 밤 9시 국립극장 하늘극장(6백석)에서 토끼와 별주부 설화에 바탕을 둔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한다. 지난 6월 문을 연 하늘극장은 마당놀이에 적합한 아레나형 야외무대로 원형에 가까운 객석 계단에 마루를 깔아 실내공연장에 버금가는 편의성을 자랑한다.

안명창의 '수궁가'완창은 87년, 94년, 99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 열 두 살 때 '수궁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안명창은 이 작품과 퍽 인연이 깊다. 80년대 중반 코리안심포니와의 협연은 물론 김덕수패 사물놀이, 재즈그룹 레드 선과 벌인 크로스오버 작업에서도 '수궁가'를 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야외공연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꼬마 소리꾼 9명이 산짐승·물짐승으로 분장을 하고 나와 분위기를 돋운다. 무대 중앙의 마당에도 멍석을 깔아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세시간여 걸리는 만큼 방석을 준비하면 좋다. 비가 오면 달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02-2274-350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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