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9천억+α'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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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자위 매각소위가 하나은행을 서울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함에 따라 6일 열릴 공자위 본회의에서도 하나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3조6천여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은행 처리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격·경영능력 앞서"=공자위가 론스타 대신 하나은행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예상과 달리 하나은행이 제시한 가격이 론스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유재한 공자위 사무국장은 "금액상 공적자금 회수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이 제시한 다른 조건들도 전반적으로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하나은행과 론스타 모두 풋백옵션(사후손실보장)을 요구하지 않아 결국 은행 경영능력이 우수한 하나은행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제시한 인수 가격은 서울은행과의 합병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국장은 "하나은행이 제시한 합병비율이 합당하다고 매각소위가 판단했다"고 말해 서울은행의 순자산가치(9천억원)를 다소 웃도는 수준임을 시사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비율을 1대 2.12 정도로 추정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피합병 법인(서울은행)을 신설법인으로 등록하는 '역(逆)합병'을 통해 법인세 감면 효과를 누리되, 합병은행의 명칭은 하나은행으로 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 판도 변화=서울은행 합병으로 하나은행은 91년 한국투자금융이란 단자회사에서 시중은행으로 변신한 지 불과 11년 만에 국내 3위(자산기준)의 대형은행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양도성예금증서(CD)·기업어음(CP) 등의 분야에선 강점을 보였으나 전통적인 소매금융 분야가 취약했던 하나은행으로서는 서울은행의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흡수해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이 몸집이 비슷하던 신한·조흥·외환은행을 따돌리고 3위로 뛰어오름에 따라 시중은행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과의 합병 논의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며 "제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몸집 불리기가 시급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숙제=공자위 본회의를 통과하면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정밀 실사를 거쳐 이르면 10월께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그러나 본계약 체결 전까지 서울은행과의 주식교환비율 산정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일각에서 "론스타에 현금을 받고 매각하는 것보다 합병을 통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 정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밖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반대해온 서울은행 노조를 설득하고 화학적인 통합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금융연구원 김상환 연구위원은 "합병한 은행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인사·조직면에서 융화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서울은행 매각 일지>

▶1997.12.22=서울은행 경영개선조치

▶98.1.30=감자 및 정부 출자

▶99.2.22=HSBC와 해외매각 양해각서 체결

▶99.8.30=금감위, HSBC와 협상결렬 및 해외 위탁경영 추진

▶2000.4.14=도이체방크와 구조개선 자문계약

▶2001.7.18=도이체방크캐피털파트너스(DBCP)에 우선협상권

▶2001.10.10=공자위, DBCP와 협상 중단 결정

▶2002.7.31=하나은행·론스타,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2002.8.5=공자위 매각소위, 하나은행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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