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1만명 모인 시민단체 '반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고구려가 한국 최초의 토착민 국가라는 잘못된 기록을 해외 사이트에서 발견했을 때 큰 수치감을 느꼈습니다. 더욱 열심히 우리의 역사를 외국에 제대로 알려야 할 것 같아요."(정선영·여)

"아직도 세계의 유명 지도들에 우리의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어요. 반크 회원으로서 부끄러움이 큽니다"(이형남·대학생)

해외에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의 모습을 바로잡고 똑바로 알리자는 취지로 지난 99년 결성된 사이버 시민단체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모두 1만여명의 회원이 오늘도 전세계 8억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반크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려가는 사이버 시민단체다(www.prkorea.org). 99년 5월 당시 서경대 3년생이던 박기태(29)씨가 앞장서 발족했다. 2백여명의 발기인과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며 시작된 이 운동은 불과 3년여 만에 1만여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단체로 급성장을 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3가에 위치한 반크 사무실의 상근자는 불과 4명. 시민단체라지만 주로 사이버상에서 교류하는 단체인 만큼 회장도, 별다른 조직도 없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 1만여명의 회원이 펼치는 해외홍보 활동은 놀랍기 그지없다. 정부도 반크의 그같은 사이버 민간외교관 활동을 공식 인정해 지난해 11월부터 오프라인에서 분기별 회원교육과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이버 민간 외교활동=반크의 모토는 '회원 1인당 외국 친구 5명에게 한국 제대로 알리기'이다. 웹사이트상의 해외 펜팔란을 이용해 외국 친구들을 사귄 뒤 e-메일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회원들은 이를 위해 12개에 달하는 한국에 관한 사이버 교육을 사전에 받는다.

지난해부터는 초·중·고 학생 회원들이 중심이 돼 세계 1백여개국의 1만7천6백여 학생들과 사이버교류를 시작했다.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역사 등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는 홍보자료 1천1백여점을 모아 한국홍보자료망을 구축했다.

한국의 멋진 건물·풍경·발전상 등을 직접 찍어 '내고장 포토제닉'홈페이지에 올리고 필요시 해외로 보내기도 한다.

회원들은 또 인터넷을 통해 한국홍보자료를 모으고 영어로 자기 소개을 했고 한국 홍보하기, 외신 번역하기, 한국에 대한 오류 발견하기 및 항의문서 보내기, 한민족 하나로 잇기 등의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반크를 이끌고 있는 박씨는 "반크에 참여하는 풀뿌리 네티즌들은 몇 달만 지나면 우리나라의 사정에 정통한 우수한 민간 외교관이 된다"고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잘못된 한국관(韓國觀) 시정=반크 회원들은 99년 초 발족이후 1천6백여개의 사이트에서 한국에 관한 오류를 발견,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문서를 발송했다. 특히 미국 CNN 방송과 유명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라이코스, CIA, NASA, 비즈니스위크, 미 과학자협회 등 수십여 곳의 해외 유명 인터넷에서 우리나라의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적발, 항의서를 보내 바로잡았다.

일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난 1월 반크 회원들로부터 3천여통의 항의 메일을 받고 일본해(Sea of Japan)와 동해 (East Sea)를 함께 표기한 세계지도를 공식 수정했다.

◇포스트 월드컵의 모델=반크는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지난해 말 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바로알리기 민간기획단'이 결성되면서 회원이 급속도로 늘고 문화관광부 등 정부 부처들과의 공동사업들이 추진됐다.

현재 반크의 주 사업은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프로젝트', 소위 PRKOREA 프로젝트다. 회원수를 20만명으로 늘려 1인당 5명씩, 모두 1백만명의 외국 펜팔 친구들에게 한국을 정기적으로 알리자는 사업이다.

7월부터는 전세계 학교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한국 바로알리기 활동도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역사 등 20여 분야로 데이타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CNN·라이코스, 론리 플래닛, 야후 등 정보 전파력이 큰 주요 사이트는 매월 오류가 있는지 점검한다.

그밖에도 인터넷 신문을 만들고 해외 6백60만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포털 사이트를 구축, 한민족 하나되기 운동을 본격화하는 등 계속 야심찬 계획들을 추진중이다.

홍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