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비롯한 난이도가 높은 수술은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경험과 숙련도가 진료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영국에서 1년에 식도암 환자 10명을 수술하는 의사한테 수술 받은 환자가 한 달 안에 숨진 비율이 40명 수술한 경우에 비해 32%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년에 한 명 수술하는 경우는 40명 수술에 비해 사망률이 43% 높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1년에 췌장암 환자를 5명 이상 수술한 병원의 환자 사망률은 2.4%인 반면 5명 미만 수술한 데는 6.4%였다(Annals of Surgery 2009년 봄호). 2001년 세계적인 의학잡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년에 8명 이하의 환자를 수술하는 병원의 수술 합병증은 44%인 반면 67명 이상 수술하는 데는 20%에 불과했다. 수술 후 한 달 내 숨지는 환자의 비율은 전자가 6%, 후자가 3%로 차이가 났다.
이런 연구가 바탕이 돼 선진국에서는 수술 건수 등 진료의 양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 주정부에서 진료량 지표를 공개한다.
영국 보건부 산하 임상질기구(NICE)는 진료 지침에서 내과·외과·마취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관련 진료과목 의사들로 구성된 다학제팀(multi-disciplinary team)이 암 환자 진료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광·전립선암 등 비뇨기 계통의 암은 연간 병원당 50건 이상, 식도암은 10건 이상이 안 되면 수술을 못 하도록 제한한다. 이 기준이 안 되는 병원은 환자를 전문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는 의사 면허가 있으면 어떤 진료를 해도 무방하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성형 수술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식이다. 하지만 국내 일부 전문가는 암 수술 등 생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진료의 경우 건수가 기준에 미달하면 수술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은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술을 해야 기술이 유지되는데 몇 달에 한 번꼴로 잊을 때가 되면 수술해서야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술을 제한하기보다 기준 건수에 못 미치는 병원 명단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기준 이하의 수술을 하는 병원의 명단이 공개되는 것만으로 환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병원이 수술을 중단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황운하·이주연 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