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박근혜, 국민에게 희망 주는 모습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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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곧 만난다고 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주말 두 사람을 각각 만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언제든지 좋다. 만나서 여러 가지 국정현안에 대해 얘기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도 “대통령과의 회동을 언제든지 거절한 적이 없다. 만날 수 있다”고 화답(和答)했다. 두 사람의 불화(不和)가 그동안 여권의 가장 중요한 불안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또 수시로 만나 건설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협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이후 줄곧 대립해왔다.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중요한 국정현안들은 대부분 마찰을 빚었다. 특히 측근들은 사석(私席)에서 서로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고 돌아다녀 같은 당을 하는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대선 이후 지방선거와 재·보선 등에서 한나라당이 연이어 참패(慘敗)를 면치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더라도 이런 갈등이 여권의 내부 문제에 그친다면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세종시나 천안함 사태처럼 중요한 국정과제마다 계파 간 대립을 계속해왔다. 이렇게 해서 국정이 권력 다툼에 흔들리고,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경제가 회복됐다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심각하다. 경제전쟁의 분위기 속에서 선진국과 중국 등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는 심각한 일자리 부족을 고민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 패권(覇權)주의적인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일도 수월치 않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여권은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으로 갈라지고, ‘친이’는 또다시 조각조각 나뉘어 아귀다툼하는 권력 놀음에 빠져 있으니 나라의 운명이 어찌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소통(疏通)의 부족이다. 여권 내 실질적인 두 지도자 간에 대화의 벽이 막혀 있으니 여당과 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두 사람의 갈등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주요 정책공약이 대부분 추진력을 잃고 있는 이 대통령이나 차기를 준비해야 하는 박 전 대표나 서로 도움은커녕 심각한 장애물이 돼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국정의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의 정치를 되살리는 계기로 삼아 줄 것을 기대한다.

물론 이번에 한 번 만난다고 그동안 쌓인 불신을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실패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수시로 만나 대화하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이 정치의 영역이고, 묘미다. 그동안 정치권은 국민을 짜증스럽게 했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으로 소통의 정치를 열고, 국민에게 짜증과 불안 대신 희망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