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연축성 발성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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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떨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목소리. ‘연축성 발성장애’의 특징적인 목소리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연상하면 된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 발생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선 5000~1만 명이 이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뇌에서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 성대의 반응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 신경안정제 또는 항콜린계 약물을 쓰거나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수술은 신경·근육을 절단하거나 신경자극기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치료효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보톡스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간단한 주사로 성대 근육을 마비시켜 성대의 반응을 무디게 한 것. 문제는 보톡스의 양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이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쉰 목소리나 약한 목소리, 큰 소리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보톡스 시술 효과는 4∼5개월 지속되지만 한 달여를 이런 부작용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최소 용량 복합후두근 보톡스 주입술’을 개발했다. 보톡스는 한 병당 100유니트로 된 가루 성분으로 생리식염수에 섞어 사용한다. ‘최소용량 주입술’은 보통 0.1~0.2유니트만으로 정상적인 목소리를 갖게 한다. 연축이 일어나는 후두 근육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2~6곳)해 약물을 소량 주입한다.

김 원장은 “병원을 찾은 연축성 발성장애 1400여 명 중 700여 명을 최소용량 주입술로 시술한 결과 92%에서 목소리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최근 밝혔다. 정상 목소리 유지기간은 평균 4~6주였다. 하지만 주입되는 보톡스 용량이 극히 적어 효과 지속시간은 1~1.5개월로 짧았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정확한 검사가 치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 원장은 “목소리의 주파수와 음성 파형을 보는 음향학 검사, 스펙트로그램 검사, 비정상적으로 수축되는 후두 근육과 성대 근육을 감별하는 후두근전도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후두내시경, 공기역학검사, 후두스트로보스코피는 물론 최근에는 초고속 성대촬영 등을 이용해 성대 근육의 경련 정도를 관찰하기도 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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