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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소득1% 사회 기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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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직원 1백30여명 중 70여명은 월급의 1%를 뗀다. 월급을 받기 전에 봉사단체 '퍼센트 클럽' 통장에 자동으로 이체된다.

이들이 1991년에 만든 이 클럽은 매년 이 돈을 빈곤층에 생활비로 대준다. 불우학생에게 장학금도 준다. 지난해 이렇게 전달한 돈만 2천만원에 이른다.

연간 매출액 6백50억원대의 중소기업인 소망화장품은 매출액의 2%를 사회공헌비로 지출한다. 95년부터 1%를 떼 국제기아대책기구와 개안(開眼)전문병원(실로암 안과)에 기부하다가 99년부터는 1%를 더 떼어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으로 적립 중이다.

소득에서 1%를 떼어 사회에 기부하자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해 '1%클럽'을 발족시키면서 '1%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대기업들은 이미 경상이익의 6~7%를 기부하고 있다.

개인들의 기부활동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나아지는 추세다. 공공복지기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수경 사무총장은 "개인의 기부가 99년만 해도 80억원에 그쳤으나 올 상반기에만 2백30억원이 걷혀 지난해 연간 실적(1백4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기업 오너들도 회사 돈으로만 기부하지 않는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과 그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는 장학사업을 위해 1천5백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빌 게이츠 회장 등이 자기 돈을 기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기부가 훨씬 활성화돼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기부금은 2천억달러 규모다. 이 중 개인 기부가 80%로 법인(20%)을 압도했다. 이른바 '8:2 사회'다. 소득의 1%를 기부하는 1%클럽은 일상화돼 있고 3%·5%클럽도 상당수다. 돈이 없으면 시간이라도 할애해 두명 중 한명꼴로 자원봉사를 한다.

우리는 개인의 비중이 지극히 낮아 '2:8 사회'에 해당한다. 기부나 자원봉사는 여유있는 계층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기부 경험이 있더라도 한해에 30만원(연봉의 1% 정도) 이상을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조사도 있다.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략적·체계적이지 못하다. 시혜성·선심성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회성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코카콜라는 종업원이 1만원을 기부하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내는 '매칭 기프트'를 시행 중이다. 미국 아멕스카드는 신용카드 수수료 중 1%를 사회봉사 활동에 쓴다. 마케팅과 기부활동을 연계한 방식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상민 박사는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면 기업 이미지가 개선돼 매출이 늘고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정부나 사회단체에서 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준다는 식이다. 세제혜택의 폭을 넓히고 모금정책을 장려 중심으로 바꾸는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사회공헌 전담조직을 만들고 사회공헌을 위해 유급 휴가제를 실시하는 등의 배려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윤수경 사무총장은 "선진국에서 1%클럽이 활발한 것은 어려서부터 나눔의 문화를 배워 저절로 몸에 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욱·홍승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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